양자역학은 양자중첩, 불확정성 원리, 측정에 따른 상태변화 등 세상이 돌아가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양자역학이 동작하는 방식은 뉴턴이 정립한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많아,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은 불완전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지난 100여 년 간 실험실에서 수없이 검증되었으며, 이제는 미시세계를 묘사하는 과학 원리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 양자역학의 영향력은 기초과학에만 그치지 않고, 수많은 응용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가령 컴퓨터나 광통신에 필수적인 반도체나 레이저 등의 발명은 양자역학을 이해한 후에야 가능했는데, 이들이 양자역학적 원리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광통신이 현대 정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현대 정보사회는 양자역학의 토대 위에서 성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들은 양자역학의 원리로 동작하지만 고전적인 방식의 정보처리를 구현하는 연산장치, 즉 컴퓨터의 부품이 되는 소자들이다.
양자정보는 정보처리의 부품이 아니라 정보 그 자체에 양자의 특성을 도입한, 고전정보처리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정보처리 과학기술이다. 고전정보처리와 양자정보처리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정보의 기본단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고전정보처리에서는 0 또는 1의 논리값을 가지는 비트를 정보의 기본단위로 이용한다. 반면 양자정보처리는 0과 1은 물론이들의 양자중첩까지 정보처리에 이용하며, 이를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Qubit)라고 부른다. 양자중첩은 둘 이상의 상태가 하나의 입자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세계의 독특한 특성이다. 즉, 큐비트는 0 또는 1일 수도 있지만, 0의 확률과 1의 확률이 동시에 존재하는 두리뭉실한 상태일 수도 있다. 여러 개의 큐비트가 있다면, 이들은 고전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이를 양자얽힘이라 부른다.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은 양자정보처리에서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으며, 이를 활용한 다양한 양자정보처리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흔히 양자정보과학기술은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그리고 양자센싱으로 구분한다.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빠른 연산은 양자중첩과 양자얽힘 덕분에 가능하다. 양자컴퓨터의 동작 원리를 수학에 비유하자면 복소수와 유사한 점이 많다. 복소수의 발견은 그 자체로 수학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을 뿐 아니라 복잡한 연산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양자컴퓨터 역시 디지털 컴퓨터로는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비효율적인 연산을 쉽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도 비트를 0과 1, 두 정수로 나타내는 반면에 큐비트는 복소수로 표현할 수 있다.
양자정보과학기술에서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평가받는 기술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양자얽힘의 원리와 양자중첩, 그리고 측정에 의한 양자상태 교란을 이용하면 멀리 떨어진 둘 이상의 통신자가 제 3자의 도청이나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비밀키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의 안전성은 양자역학의 원리에 기반하므로, 계산의 복잡성에 기반을 둔 현대암호와는 차원이 다른 안전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세대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연구가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수행되고 있으며,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화와 표준화를 추진할 만큼 성숙한 연구분야 이기도 하다.
양자센싱 기술은 양자 특성을 활용하여 대상 물리량이 갖는 부정확도(uncertainty)를 낮추는 방법으로, 센서의 정밀도나 민감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정밀도(또는 정확도)가 표준양자한계(standard quantum limit) 혹은 산탄잡음한계(shot-noise limit)를 뛰어넘는 센싱 구현을 목표로 하며, 주로 양자얽힘이나 압축(Squeezing) 등의 양자적 특성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응용으로는 극한의 센싱 정밀도를 요구하는 중력파 검출기가 있으며, 저에너지 고감도 생화학 센서, 그리고 스텔스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양자레이다 등이 있다. 고도의 센싱기술이 요구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게 많은 만큼, 양자센싱기술은 학계, 산업계, 의학계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